故 김복동 할머니 빈소 이틀째
강경화 외교부 장관·시민 추모물결
‘日위안부 수요집회’ 예정대로 가져

“언니, 나 또 왔어요. 언니한테 장학금 통장 보여주려고요.”(일본군 위안부 생존자 이용수 할머니)

“할머니를 처음 뵌 건 수요집회였어요. 정정하셨다면 오늘도 나오려고 하셨을 텐데…”(시민 김경기 씨)

지난 28일 일본군 위안부 생존자 김복동 할머니가 타계한 후 처음 맞은 수요일 아침. 빈소에는 이틀째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2017년 대장암 판정을 받고 투병하면서도 화해ㆍ치유재단 해산을 요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던 고인의 뜻은 이제 남은 사람들이 이어받게 됐다.

30일 오전 7시 50분께 빈소를 찾은 사진작가 김경기(50) 씨는 “일본 민낯을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해 할머니들 모습을 담은 다큐 사진집을 촬영 중인데 또 한 분이 돌아가셨다”며 “한분이라도 더 살아계실 때 일본 정부로부터 사죄를 받아야한다”고 말했다. 김 씨는 위안부 생존자 할머니들을 대상으로 한 다큐 사진집을 촬영 중이다. 돌아가신 김복동 할머니를 비롯해 김학순, 길원옥 할머니 등의 촬영을 마쳤다. 그는 “남은 생존자 23분의 기록을 혼자 힘으로만 남기긴 역부족”이라며 “김복동 할머님의 기록을 생전 남겨둘 수 있는 건 천만다행이지만 이젠 정말 남아있는 시간이 많지 않다“고 안타까워했다.

정계 인사들의 추모도 이어졌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이날 오전 8시 10분께 빈소를 찾았다. 강 장관은 빈소 앞에 마련된 시민들의 추모 포스트잇을 둘러본 후 “우리의 마음과 역사 속에 길이 남아주시오서”라고 적어 게시판에 붙였다. 김 할머니 빈소에서 잠시 묵념한 강 장관은 이후 유족과 대화를 나눴다. 병세가 위독해진 김 할머니가 모르핀을 투여하며 마지막까지 버텼다는 이야기를 들은 강 장관은 “끝까지 버티셨던 것”이라며 “할머니가 계속 지켜보고 계실 것 같다”고 말했다.

오전 9시 30분께는 전날 빈소를 찾았던 일본군 위안부 생존자 이용수 할머니(91)가 또 한번 빈소를 찾았다. 이 할머니는 “언니 보여줄 게 있다”며 고인의 영정 앞에 통장을 꺼내보였다. 그러면서 “그저께 내가 못배운 게 한이 돼서 조금이라도 학생들에게 도움주고 싶어 500만원 넣은 장학금 통장을 만들었다”며 “그날이 언니 돌아가신 날이지 싶어”라며 울먹였다. 이어 영정을 바라보며 “언니 나 잘 했지요?”라고 물었다.

이 할머니는 전날에도 빈소를 찾아 “우리가 무슨 죄가 있습니까. 아무 죄도 없다. 우리나이로 그때 열여섯살이었다”며 “일본이 진상규명에 나서 공식적인 사죄를 하도록 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령의 나이에도 수요집회에 직접 참석하며 주한 일본대사관 앞을 지켰던 고인의 빈자리는 남은 사람들이 채우게 된다. 정의기억연대는 이날 낮 12시 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제1372회 정기 수요집회를 열었다.

김 할머니의 장례는 여성 인권운동가 김복동 시민장으로 치러진다. 2월 1일 오전 6시 30분 발인한다. 이어 오전 8시 30분에는 서울광장부터 일본대사관 앞까지 행진하는 노제가 진행된다. 영결식은 오전 10시 30분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다.

김유진 기자/kacew@heraldcorp.com